암 치료 이후 찾아온 우울감, 내가 이겨내기 위해 했던 것들
암 치료 이후 찾아온 우울감,
내가 이겨내기 위해 했던 것들
많은 사람들은 병원에서 제시한 표준 암치료가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술을 끊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서 관리하면 다시 건강했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완치판정을 받을 수 있는 5년 뒤를 상상하며 예전의 삶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방사선 치료를 모두 마친후 회복 중에 얼마 안되어 우연히 유튜브 채널 알고리즘으로 떠오른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고 그 영상이 제 모든 생각과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 영상은 전문 암치료 의사가 올린 영상이었고 초기 유방암으로 치료를 끝내고도 대다수 암환우들의 86%가 2년 내 재발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발이 되었을 경우는 보통 온몸으로 전이가 되거나 3기 4기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2년 내 재발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저는 엄청난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이 영상을 보고 난 후부터 급격한 우울감과 좌절감이 들었고 제 몸속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암세포와 싸우는 것에서 더해 우울감과 좌절감까지 함께 싸워야 했던 저의 지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저를 만들고 태어나게 하신 창조주 하나님께 돌아가 깊은 절망과 슬픔을 기도했습니다.
저는 신앙을 잃어버린 채 살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한 멋진 어른으로써 살고 싶어 내 삶을 살아내기에 바빴습니다. 내가 다시 태어나 제 2의 삶을 살아내는데 있어서 나를 지으시고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의 뜻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고 이세상에서 다시 얻은 내 삶을 어떻게 살아내길 원하실까? 끝없이 질문하고 기도했습니다.
2년 내 재발이 80%를 넘긴다고 하니, 혹여나 죽음이 더 가까이 나에게 온다면 그땐 또 어떻게 살아내야 하고 이 좌절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기도하며 온전히 내 모든 걱정과 두려움을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지금 나에게 닥친 무수한 문제들, 사업적 어려움, 재정적 어려움, 재발에 대한 두려움들을 하나님께 기도로 의논하고 맡겨드리며 매일매일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감사한 마음도 함께 기도하며 지내왔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예배하겠다는 어린 시절의 약속을 까마득히 잃어버리고 성공과 성장만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내 지난 삶도 반성하며 회개하고 다시 예배의 자리로 나아갔습니다. 매일 아침 성경 말씀을 읽고 유튜브 설교를 듣고 기도하며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는 연습을 지금도 매일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저에게 수없이 말씀하셨습니다. " 두려워마라"
매일 수없이 두렵고 무섭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압니다. 하나님이 내 뒤에서 언제나 나를 받쳐줄 준비를 하고 계시다는 것을. 나를 지으시고 만드신 창조주 앞에 나의 두려움과 좌절감을 온전히 드러내고 맡기면 매일 아침의 일상 조차도 감사로 변합니다.
2. 루틴으로 우울할 생각이 들어올 틈을 없애버렸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음양탕 한잔을 마시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난 후 30분 동안 집을 정리한 뒤 성경을 읽고 묵상과 기도 후 운동복을 입고 바로 나가 운동을 가는 아침 루틴. 루틴만이 제가 좌절감과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운동 후 돌아오면 계란을 삶고, 차를 끓이고 그린 스무디를 만들고, 당근 착즙을 하고 내가 먹을 건강한 한그릇, 식사를 만드는 일에 몰두했고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난 후 출근 준비를 하는 루틴으로 매일 매일을 시스템으로 만들어 살아내자 생각했습니다. 걱정이나 우울감을 줄 수 있는 뉴스 기사를 보거나 당장의 걱정거리를 생각하는 대신 재미있고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사업적으로 닥친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려는 생각에만 몰두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 남들은 어떻게 화려하게 사는지 관심을 모두 끊었습니다. 사실 몰라도 전혀 부족하거나 불편함이 없습니다. 선택과 집중! 저는 앞으로 남은 제 삶을 5년 단위로 모든 건강한 것들에 집중하고 건강한 식재료와 요리를 공부하고 제 시간을 더 값지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만 몰두하기로 다짐하고 루틴화 시키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3. 산과 바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느낍니다.
집근처 동네 어르신들이 올라가는 작은 산을 지나가기만 하다가 치료 중에 헬스장을 갈 수 없어 등산이라도 작게 해보자 했던 그 순간이 저의 많은 일상을 바꾸었습니다. 살고 있는 동네 바로 뒤에 자리 잡은 작은 산은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코스의 트래킹 코스가 잘 만들어져 있었고 숲이 울창하고 멋진 나무와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이 산에 오를 때면 저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잊고 숲이 주는 신선한 나무 냄새와 공기, 새소리, 나비들, 진한 황토길이 주는 선물들에 살아있음을 느끼고 돌아옵니다. 원래는 산을 좋아하지 않고 바다를 좋아했기에 산이라는 장소는 저에게 지루함과 부담스러움이었지만 우리 집 뒷산을 통해 산을 좋아하고 산이 주는 선물들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바람을 느끼며 걸어가는 1시간의 등산은 저에겐 빠질 수 없는 소중한 루틴이 되었습니다.
주말엔 아이들과 1시간 거리의 포항 바닷가를 가서 미니 캠핑을 즐기고 옵니다. 넓은 바다를 보며 복잡한 생각도 정리하고 무엇보다 해변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며 자연 그대로를 느끼려 노력합니다. 사실 아직도 바닷가 앞에 이사를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며 자연을 느끼려고 하는 순간마다 자연은 저에게 설명하지 못할 자신감과 여유, 위로를 주었습니다.
암 치료 후의 회복은 몸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암 치료 이후의 회복은 몸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마음도 함께 회복되어야 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건강한 식단, 꾸준한 운동으로 만드는 루틴, 그리고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저를 조금씩 일으켜 세워 주었습니다. 암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작은 행복한 일상과 습관들이 모여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혹시 지금 우울감과 싸우고 계신 분이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회복은 생각보다 천천히 오지만 분명히 찾아옵니다.
※ 이 글은 실제 유방암 환자의 경험을 기록한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의료적 조언을 제공하는 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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